성명서
당사자와 가족을 배제한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를 혁신하라!
2024년 6월 26일 정부는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를 출범하고 정신건강정책 대전환을 본격 추진한다고 천명하였다. 하지만 대다수가 정신의료인과 전문가로 구성된 혁신위원회가 과연 정신질환을 경험한 당사자와 가족의 절실한 요구들을 얼마나 담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작년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정신건강정책을 ‘예방-치료-회복’ 전단계 관리로 대전환 하겠다고 선언하였다. 특히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를 신설하여 당사자 및 가족, 관계부처, 다양한 직역의 대표성 있는 위원으로 구성하고, 이를 통해 주요 과제들을 논의하고 세부 추진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신건강정책의 거버넌스가 부재하고, 전문가 중심의 논의구조만 있었던 데에서 진일보한 혁신방안으로서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고 보니 혁신위원회는 여전히 정신질환을 경험한 당사자와 가족을 철저하게 배제하였다. 우리는 이에 실망을 금치 못하며, 무엇이 혁신인지에 대해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정신건강 정책과 서비스에 당사자의 참여를 강조하는 것은 국제적인 정책에서의 일관된 흐름이다. 장애인권리협약 제29조는 장애인의 공적 활동에의 참여를 장려하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는 정신건강 행동계획에서 정신질환 당사자들이 정책을 기획하고 실행하는데 참여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원칙을 반영하여 국내 정신건강복지법 제2조 기본이념에서도 ‘정신질환자는 자신과 관련된 정책의 결정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타 분야에서도 주요한 정책 기구에 당사자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한 예로, 장애인복지법 상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의 경우 위촉위원 중 2분의 1 이상은 장애인으로 하며, 실제로 민간위원 총 15명 중 장애인이 8명 참여하고 있다.
정신건강정책은 정신질환을 경험한 당사자의 의사를 기반으로 하여야 한다. 정책의 대상이자 주체인 당사자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않고는 혁신방안에서 천명한 예방부터 회복까지의 대전환은 불가능하다. 이번 혁신위원회와 같은 전문가 중심의 구성으로는 그동안의 한계를 답습할 수 밖에 없다. 이에 우리는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의 혁신을 요구한다. 정신질환 당사자 과반이상의 참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재구성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정신건강사회복지혁신연대, 한국장애인복지학회, 한국장애학회,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 한국정신건강전문요원협회, 한국정신재활시설협회, 해방정신보건연구회 (이상 연대단체 가나다순)